영화『이장과 군수』에서 지방자치의 길을 찾다
영화『이장과 군수』에서 지방자치의 길을 찾다
  • 디지티
  • 승인 2020.07.0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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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학박사  최병호

<이장과 군수 줄거리>

어린 시절부터 조춘삼과 노대규는 친구다. 초등학교 시절 조춘삼은 줄곧 반장을, 노대규는 부반장을 하며 조춘삼이 우세한 역할을 한다. 조춘삼은 농사를 지으며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산다. 어느 날  이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새로운  이장을 뽑게 되는데, 조춘삼은 젊다는 이유로 산촌2리 이장으로 추대된다. 조춘삼은 늘 부반장만 해온 노대규가 군수에 당선된 사실을 알고 묘한 감정을 느낀다.
  또한 조춘삼은 37살이 되도록 시골 노총각으로 지내는 자기와 달리 노대규가 정치계의 젊은 피로 불리며 산촌2리 얼짱 향순을 아내로 삼아 화목한 가정을 꾸리며 사는 것도 은근히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이들의 경쟁심은 뒤바뀐 운명만큼 격렬한 의견 충돌로 이어지고 마침내 어린 시절 친구 간의 우정은 이장과 군수 간의 애증으로 변한다. 젊은 정치인으로서 패기 있는 군수 노대규와 그의 주장에 반대하는 이장 조춘삼의 갈등은  지역 유지인 백사장의 야심에 이용된다. 이장 조춘삼은 핵폐기장 건립 반대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반대의 선두에 서기도 한다.

  군수 노대규는 국가 지원금과 세금 수입이 크다는 이유로 방폐장 유치를 통해 지역을 발전시키려고 한다. 군수 노대규는 주민투표에서 반대표가 과반수에 이르게 되어 방폐장 유치는 결국 실패한다. 이 과정에서 폭력 시위가 난무하고, 설상가상으로 노대규는 군수직을 물러난다. 이후 조춘삼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노대규와 화해한다.

이 영화는 평화로운 충청도 청풍면 산골마을을 배경으로 20년 지기 친구인 이장 조춘삼과 군수 노대규의 우정과 애증, 그리고 지역 현안 문제를 두고 갈등하는 한판 승부로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한 단면을 그린 영화이다. 휴먼 코미디라고 하지만 우리에게 단순한 재미나 흥미 그 이상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영화 장면 곳곳마다 배우들의 대사와 몸짓에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 묻어 있고 비판이 서려 있다.

이 영화가 2007년 3월에 개봉된 이래 8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이유는 그 당시 나타난 문제점들이 아직도 해소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 나타난 지방자치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 대책을 논하면 첫째, 신진 세력의 지방정치 무대 진출 실패이다. 이장 조춘삼과 군수 노대규는 30대 후반이다. 조춘삼은 이장을 안 하려고 하나 “이젠 좀 젊은 놈을 시켜. 언제까지 너희들이 돌아가면서 할 껴”라는 한 어른의 뜻에 따라 주민들의 추대에 의하여 산촌2리 이장이 되고, 노대규는 젊은 힘! 젊은 개혁을 내세워 무소속 돌풍을 일으키며 18,437표(43.5%)를 얻어 18,436표(43.5%)를 얻은 한마음당 최태우 후보를 선거 사상 1표 차이로 눌러 강덕군수가 되는데 군수로서는 젊은 나이다.

군수 노대규는 주민들의 절대적인 지지 실패 즉, 1표 차의 선거 승리는 조춘삼의 실토에 의해 밝혀지지만 이는 정책보다는 지연, 학연에 의한 선거 결과임을 말해 주고 있으며, 앞으로 지역 발전과 주민 화합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임을 예견하게 한다. 우리는 선거에서 표 차이가 거의 없을 때 대부분 부정선거 시비 등으로 이어져 재임기간 동안 선거소송에 휘말려 안정된 업무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해 행정 추진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보아왔다.
젊은 이장과 군수의 등장은 우리나라 정치의 세대교체 즉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국민들은 새로운 인물을 통해 정치와 사회 변화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치적 실험은 토호세력 소위 기득권의 음모와 방해 공작으로 성공하지 못한다.

이의 대책으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여 젊고 유능한 신인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여성의 정치 참여 폭을 확대하여야 한다. 그러나 정당 공천제 폐지가 현 정치권의 이해타산으로 구호에만 그치고 있어 아직도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져 암울한 생각마저 든다.
 
둘째, 공직자의 자치 역량 부족이다. 부군수는 지역 발전 방안으로 “향토 아가씨 선발 대회”라는 황당한 제안을 하기도 한다. 이에 군수 노대규는 공무원의 변화를 주문한다. 또한 군수 노대규의 방폐장 유치 결정에 대해 간부 공무원들은 군수 앞에서는 한 목소리로 찬성하고, 돌아서는 비판하며 방폐장 유치 반대 세력인 지역 유지인 백사장과 뜻을 같이 하기도 한다.

부군수와 일부 공직자는 지역 발전에 대하여 소신도 없고, 고민하는 모습도 보이질 않는다. 즉 지역 현안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하지도 않고 군수의 눈치를 보거나 기분을 맞추어 자리를 보전하려는 보신주의 또는 복지부동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시대에 시대 변화를 선도해야 할 공직자의 자세를 망각한 것이다.   

이의 대책으로 공직자 인사 시스템 개선 및 혁신 교육과 학습 강화이다. 변화와 혁신으로 열심히 일하는 기관에는 재정적 지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창의와 도전으로 업무 기여도가 높은 공직자에 대해서는 특별 승진 등 인사 우대를 실시하고, 보신주의, 복지부동의 공직자에 대해서는 공직 기강 확립 차원에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공직자에 대한 반복적인 혁신 교육과 학습을 강화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공직자상을 구현하여야 한다.
  
셋째, 정책결정 과정의 비민주성이다. 이장 조춘삼의 환경체험마을 조성계획과 군수 노대규의 방폐장 유치는 지역을 살리기 위한 정책 대결이다. 환경체험마을 조성계획은 주민 동의를 거치나 군수 노대규는 주민의 동의 없이 방폐장을 유치하기로 결정 한다. 이장 조춘삼과 군수 노대규는 방폐장 유치를 두고 극렬하게 대립한다. 군수 노대규를 반대하는 지역 유지인 백사장(만근산업/강덕개발 대표)을 중심으로 한 세력들이 가세하여 방폐장 유치 반대 시위는 점차 과격해지고 폭력으로 변한다.

어느 지역에서나 지역 이기주의 현상인 님비현상(not in my back yard)이 나타나는 것은 불 보듯 하고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함에도 군수 노대규의 방폐장 유치 결정은 중대한 결단이다. 여기에서 군수 노대규가 공직 등 행정 경험이나 정치적 식견이 없다는 것을 그의 독단적인 방폐장 유치 결정에서 엿볼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절차의 정당성을 결여하였다면 주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우리는 다수의 결정이 한 사람의 결정보다 그 위험과 실패할 확률이 작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알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정답은 아니다. 

이의 대책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중요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때에 법적․제도적으로 주민 참여를 보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의 다양하고 폭넓은 요구나 욕구를 수렴하여 수준 높은 고품질의 정책으로 응답하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정책실명제 대상 확대, 사후관리 이행 철저 등으로 정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실명제를 강화하여야 한다.     

  넷째, 지방의회의 역할 부재이다.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1995년 6월 4대 지방선거가 실시되어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지도 영화 개봉 시점으로 볼 때 12년이 지났다. 영화 속에 모든 것을 담아 낼 수 없다고 하더라도 방폐장 유치라는 그야말로 지역 최대의 현안 문제를 눈앞에 두고 정착단계에 있는 지방의회의 역할이 조명되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강덕군의회는 방폐장 유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폭력 시위가 난무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이나 역할이 없다. 지방의회가 지방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중요 정책 결정 시에 지방정부의 등 뒤에 숨는다면 자칫 지방자치 회의론이 대두될 수 있다. 지방정부와 대의기관인 지방의회가 상호간에 소통하고 협력할 때 정책의 추진력과 합리성이 담보될 수 있다. 소통이 없는 일방적인 의사결정은 주민들의 강한 반발과 폭력 시위를 초래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후퇴를 가져온다.

이의 대책으로 지방의회의 활성화와 지방의원의 전문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지방의회의 입법정책 지원기능을 강화하고, 지방의원의 교육전담기관 설립, 전문위원제 확대 개편, 정책보좌관제도 도입 등으로 전문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아울러 광역의원과기초의원 간, 시민단체와의 정책 간담회 개최 등을 개최하여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의정에 반영하여야 한다. 

다섯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취약이다. 이는 지방자치의 발전을 가로 막는 가장 큰 문제이다. 군수 노대규가 당면한 문제는 강덕군에 돈이 없다는 점이다. 강덕군은 전형적인 산골지역으로서 단기간에 농업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으며 한 지역의 산업구조는 하루아침에 바뀌지도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수 노대규의 방폐장 유치 결정은 국가적 이익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부족한 지방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다. 방폐장 유치로 국가 지원금 최소 3천억 원과 매달 세금 수입(방폐물 반입 수수료) 200억 원 때문이다.

오늘날 지방재정은 각종 복지 수요 증대, 국고보조사업 확대 등으로 매우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다. 중앙정부는 재정기반이 취약한 지방정부에 대하여  경제적 지원을 조건으로 각종 혐오시설의 유치를 권유 또는 압박할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나온 지방정부의 의사결정은 합리성과 정당성이 담보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 제고가 지방자치의 전제 조건이므로 이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이 있어야 지방자치제도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지방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종속됨에 따라 그 간섭이나 관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이의 대책으로 지방재정 확충과 건전성 강화이다. 국가와 지방간 기능 조정에 맞추어 국세와 지방세 간의 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함은 물론 행정 수요 변화 등과 연계한 교부세 및 지방교부세율을 조정하여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세출 구조를 조정하는 자구노력을 병행하여야 한다.   

여섯째, 군수 보궐선거 실시 및 행정 공백이다. 2006년 5월 31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되고, 7월 1일 군수 노대규는 취임한다. 그리고 10월 23일 기자회견(방폐장 유치 사업 주민투표 통해 결정 및 유치 실패 시 군수직 사퇴)을 하는데 이는 군수 노대규가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 후 주민투표 실시, 군수 노대규가 사퇴함에 따라 불과 4개월 만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할 상황을 맞게 된다. 이에 따른 선거 비용도 국민의 몫이다. 또한 군수가 장기간 궐위됨에 따라 행정 공백도 우려된다.
 
이의 대책으로 현행 불합리한 지방선거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 재․보궐선거 원인 제공자에게 선거비용의 일부를 부담토록 하고, 당선 무효된 자가 선거비용 등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대상자 명단을 공개하는 등 선거공영제의 책임성을 강화하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 보궐선거 당선자에게는 전임자 잔여임기 승계제도를 폐지하여 새로운 임기 4년을 개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일곱째,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관리 업무 허술이다. 강덕군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강덕군 방폐장 유치 찬반 투표 최종 집계 결과를 “찬성 만칠천팔백삼십표(17,830표), 반대 이만천구백삼십육표(21,936표)”로 발표한다. 그러나, 전광판에는 찬성 17,839, 반대 21,936으로 되어 있다. 즉, 찬성 44.8%, 반대 55.2%이다. 

단순한 발표의 착오인지 또는 집계의 오류인지 그리고 고의성 여부는 알 수 없다. 발표 수치와 전광판 수치의 차이가 9표라서 찬성과 반대의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이로 인해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것은 돈에 의한 지지세력 매수로 반대표가 과반수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의 대책으로 선거와 국민(주민) 투표의 공정한 관리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나 투표를 통해 국민의 뜻이 있는 그대로 담겨질 수 있도록 투표의 중립성과 개표의 투명성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한 치의 오차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선거 관리 업무에 만전을 기하여야 한다. 

이상에서 지방자치는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간 불균형 심화, 행정의 통일성․ 안정성 저해, 선거비용 등 막대한 재원 소요, 지방의 인력, 재원 등의 부족으로 인한 공공서비스 미흡 등 부정적 측면이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제가 문제점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하여 지방자치를 결코 포기해서는 아니 된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서서히 자라는 것이고, 한 세대가 지나고 다음 세대가 오면서 더욱 성숙해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려는 의지가 중요하고,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진정한 지방자치시대는 주민이 주인공이 되는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에 주민들의 의사는 존중되어야 하고, 주민들의 정책 결정 참여는 보장되어야 한다.

이제 이 땅에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도 어언 20년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비록 영화 속에서 군수 취임식 생략, 군수 관용차 사용 폐지(자가용 사용), 주재 기자실 패쇄 등 일련의 개혁 조치가 열매를 맺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현실의 높은 벽 때문에 신진 세력의 지방정치 무대 진출 실패, 중요 정책 결정이 좌초되는 등 지방자치의 새로운 실험은 미완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우리에게 지방자치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출처 : 자치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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