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 길을 가지 마오
그대, 그 길을 가지 마오
  • 디지티
  • 승인 2021.02.0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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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전 경북도 혁신법무담당관>최병호<전 경북도 혁신법무담당관>

 

우리는 길을 가다 보면 도로에 고라니가 피를 흘리며 죽어 있는 처참한 모습을 흔히 발견한다. 이는 주로 캄캄한 밤에 달리는 자동차에 동물이 도로로 뛰어들어 발생한다. 이러한 안타까운 모습을 볼 때마다 한 인간으로서 죄의식을 느끼며 이 모든 책임은 우리 인간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고라니는 가장 연약하고 작은 동물 중의 하나로서 개체 수가 늘어나 이제는 산과 들에서 자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가에까지 내려오고 농작물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 또한 고라니는 한반도와 중국 양쯔강 하류지역에서는 흔하지만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 목록에는 절명 우려가 있는 취약종으로 평가하는 등 세계적으로는 희귀하다. 이처럼 우리 곁에 있는 고라니는 흔하지만 귀한 동물이다.

환경부 통계에 의하면 동물 찻길 사고는 지난 2019년에는 19,368건이 발생했다. 최근 5년간(2015 ~ 2019년) 찻길 사고는 총 82,170건에 이르며, 그 중에서 국도가 87.6%(71,999건)로 고속도로보다 사고율이 월등히 높으며, 고라니의 수난시대라 불릴 만큼 국도에서 가장 사고를 많이 당한 동물은 고라니(59.4%)이며 그다음으로 고양이(21.8%), 너구리(7.8%) 순이다.

우리 인간의 무분별한 농지 확장과 숲의 개발로 동물의 서식지는 파괴되고, 서식지를 잃은 동물은 먹을거리를 찾아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로 뛰어들어 다치거나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또한 이것이 2차 사고의 요인이 되어 자동차가 파손되거나 심지어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게 한다.

동물 찻길 사고 저감대책으로 생태통로 설치 확대, 관측(모니터링) 실시, 차량 속도 제한, 사고 다발 구간에 유도울타리 설치 확대 등이 있다. 그리고 동물 보호대책으로는 서식지에 먹잇감 살포, 산림 인접지역에 대한 농약 사용 규제, 사냥 제한, 서식지 인근 가로등 조명 규제 등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교통 찻길 사고를 당한 한 마리의 고라니가 우리 인간에게 주는 교훈으로 세 가지를 들면 첫째, 우연한 이익을 얻기 위해 요행을 바라면 더 많은 것을 잃는다는 것이다. 우연한 이익을 얻고자 요행을 바라거나 노리는 사행성 심리, 어리석음 그리고 순수함이 그들의 공간을 이탈토록 하여 도로를 건너다가 참사를 당한 것이다. 이는 우리 인간에게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게 되거나(小貪大失), 정도가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過猶不及)는 금언을 새삼 일깨우게 한다. 

둘째, 생명 경시 풍조 및 각종 범죄 행위 조장으로 사회 문제화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때로는 이기적이고 잔인한 존재이다. 이 세상에서 생명보다도 귀중하고 소중한 것은 없으며, 비록 고라니가 동물이라 할지라도 생명의 가치는 귀중하고 소중한 것임에 틀림없다. 생명의 가치를 경시하는 것은 우리의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죄의식 없이 각종 범죄 행위를 조장하는 등 사회 문제화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삶의 터전이 위협을 받는다는 것이다. 고라니의 죽음은 곧 인위적인 자연의 훼손이자 파괴를 의미한다. 결국에는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듯 인간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큰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서, 자연에서 살다가, 그리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우리 인간, 고라니 한 마리, 풀 한 포기, 작은 돌멩이, 그리고 바다도 거대한 자연의 일부이다. 인간은 사는 동안 이 세상에서 자연을 빌려 쓰고 있다. 누구나 이 세상을 이별할 때에는 후손에게 이 자연을 물려주고 가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세상은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평화로운 세상 즉 공존하는 세상일 것이다. 거대한 자연의 품속에서 하늘에는 온갖 새들이 노래하며 춤을 추고, 땅에서는 고라니 등 동물이 자유를 만끽하며 뛰어다니며 놀 때에, 우리 인간은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며 보다 풍요롭고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먼 훗날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이 오기를 고대하면서 금단의 선, 즉 도로를 넘으려는 고라니를 향해 한 마디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대, 자유로운 영혼이여! 그 길을 가지 마오. 그 길은 생과 사의 갈림길이오. 그 길은 한번 가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다오."

 

[출처 : 영남일보 20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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