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의 비애
기울어진 운동장의 비애
  • 디지티
  • 승인 2021.08.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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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전 경북도 혁신법무담당관, 행정학박사

 

우리는 생존을 위하여 치열하게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관계에서 경쟁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회구조다. 이 사회구조는 개인이 행동할 수 있는 범위나 행동 양식을 정하여 주는 사회적 정의나 틀을 말한다. 우리 사회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구조를 가져야 함에도 태생적으로 특권층이나 기득권층에게 유리한 사회구조, 즉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 특권층,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의사나 이익을 대변하여 불공정·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유지하려고 한다. 이러한 불공정·불평등이 곧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로 인하여 일반 서민과 소외계층이나 사회적 약자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으며 이는 갑과 을의 주종 관계로 발전하여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걸쳐 구조적으로 불공정과 불평등이 널리 퍼져 있다. 이러한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사회구조는 법과 제도의 정비를 통해 어느 정도는 개선할 수 있으나 많은 한계와 제약이 따른다.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법과 제도의 개선에는 정파 또는 이해관계자 간의 이해 충돌로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실패로 끝나기가 일쑤이다. 또한, 새롭게 생겨나는 법과 제도는 또 다른 불공정과 불평등을 낳고 있다.

오랜 관행으로 고착화해 우리가 경제적 불공정·불평등을 당연시하거나 예사로 여기는 사례를 들면 세금의 경우 단 하루라도 늦게 납입하면 가산금을 내야 하는 반면, 납입기간 중에 아무리 일찍 납입하더라도 보상은 없다. 금융기관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고 대출은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반면, 예금이자는 거의 없다. 이처럼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은 국민이나 고객을 상대로 상행위 즉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가지지 못한 자는 더욱 힘들어지고 심지어 집 밖으로 내몰리고, 가정이 파산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불공정·불평등이 낳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공정과 평등의 길은 멀고, 넘어야 할 고개는 높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특권층, 기득권층의 반대와 저항으로 인해 단시일 내에 우리의 사회구조나 환경을 바꿀 수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경기에서 이기기에는 힘이 든다. 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 대가나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피해와 상대적 박탈감, 상실감, 자괴감, 소외감은 일반 서민과 가지지 못한 자, 힘이 없는 자 등 사회적 약자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게 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비애를 두 가지 들면 첫째, 불공정·불평등의 착각이다. 우리가 기울어진 운동장에 살고 있으면서도 불공정·불평등을 정상적으로 여기거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둘째, 불공정·불평등의 악순환이다. 우리 사회는 태생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서 법과 제도는 개선을 해도 또 다른 불공정·불평등이 나타나고 새로운 법과 제도, 법의 사각지대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불공정·불평등으로 인하여 갑질, 반칙, 차별 등의 악순환은 반복된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꿈을 꾸는 운동장으로, 불공정·불평등이 없는 평평한 운동장으로 바로 세우기에는 요원하고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공정과 평등이 우리 사회 전반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멈출 때 우리는 지금보다 더 어두운 세계를 마주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출처 : 영남일보 2021-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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