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대가야 고령
나의 사랑, 대가야 고령
  • 디지티
  • 승인 2019.04.01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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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전 경북도 혁신법무담당관· 행정학박사

‘병풍처럼 펼쳐진 주산 능선에 누운 수많은 영혼. 여인의 아름다운 가슴처럼 솟은 무덤은 파도처럼 물결을 만드네. 그 영광은 어디로 가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가. 이름 없는 영혼을 달래기라도 하듯 산새들은 애절한 노래를 끝없이 부르고 곱게 몸단장한 꽃들은 온 누리에 향기를 흩날리네. 한줄기의 바람은 영욕의 세월을 알기라도 한 듯 푸른 소나무에게 안겨 속삭일 때에 갈 길 바쁜 나그네 석양도 흰 구름 속에 숨어 엿듣고 있네. 아, 잃어버린 대가야국이여’. 이 글은 필자가 ‘아, 잃어버린 대가야국’이라는 주제로 대가야 고령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며 노래한 시다.

고령은 대가야국의 도읍지이며 역사와 문화의 보고로서 발길이 닿는 곳마다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문화의 향기에 취할 수 있다. 고령지역에 인간이 살기 시작한 것은 4만~13만년 전인 구석기시대로 추정된다. 신석기시대를 지난 청동기시대의 선사인들은 그들의 생활상을 담은 알터 암각화를 남김으로써 이곳이 우리 민족의 근원임을 암시했다. 또한 지금으로부터 1천500여 년 전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신비의 나라 대가야 왕국과 고분에 묻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령에는 대가야의 상징인 700여 기의 고분군을 비롯해 대가야인의 혼으로 빚은 토기, 철기류, 장신구 등 수많은 유물이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삼한시대에 고령지역을 기반으로 미오야마국 또는 반로국이 성장해 가라국으로 불렸으며 그 후 대가야국이 서기 42년부터 562년까지 520년간 존속했다. 대가야국은 금관가야, 아라가야, 소가야, 비화가야, 성산가야, 고령가야 등 가야연맹의 맹주국으로서 5세기 중엽 이후에는 그 영역을 거창·남원·구례·순천 등 영·호남까지 확대하며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꽃피웠다. 또한 대가야국은 철의 왕국이었으며, 음악은 박연·왕산악과 더불어 3대 악성으로 불리는 우륵이 가야금을 창제하는 등 높은 수준에 있었다. 이 가야금은 대가야인이 후대에 남긴 문화유산 중의 유산이다.

오늘날 고령군의 인구(2018년 6월 말 현재)는 3만5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28.9%가 65세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고령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지도 꽤 오래됐다. 면적은 경북도 23개 시·군 중에서 울릉군 다음으로 작으며, 재정자립도는 21.5%로 매우 열악한 편이다. 이 같은 환경과 여건으로 인해 고령의 발전은 정체된 상태에 있다.

고령군이 당면한 과제 중의 하나가 대가야 문화 확산이다. 이에 따라 고령군은 2015년도에 고령읍을 대가야읍으로 명칭을 변경한 바 있다. 앞으로 대가야 역사의 연속성을 위해 고령군의 명칭을 대가야국이 562년 신라에 병합되면서 명명된 대가야군으로 개칭할 필요가 있다. 고령이 미래로 가는 길은 대가야사 연구와 역사 문화유적을 발굴·복원해 관광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명실공히 관광도시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종 기념사업과 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기념 사업으로 가야특별시 선포, 대가야아리랑 제작, 대가야사 편찬, 우륵음악제 개최, 대가야문화제 개최 등을 추진하고,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는 대가야연구소 건립, 대가야국 기념탑 등 상징 조형물 설치와 대가야공원(광장) 조성 등을 추진해야 한다. 더 나아가 지산동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조속히 등재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학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고구려, 백제, 신라와 더불어 가야가 있는 사국시대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가야에 대한 문헌 기록이 빈약할 뿐만 아니라 가야가 개별적으로 나라 이름을 사용하고 통합된 정치체제를 갖추지 못해 하나의 국가로서의 동질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야사가 우리나라 고대사 속에 실존했던 살아있는 역사로서 가야를 포함한 사국시대로 정당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역사 속에 묻힌 가야, 신비에 싸인 가야를 깊이 연구하고 조명한다면 그 해답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야사 연구 및 유적지 발굴과 복원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부여된 책무이자 몫이다.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는 조상의 얼과 삶이 녹아 있는 전통이자 미래를 향한 희망이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는 가야의 역사와 문화의 전승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와 자랑스러운 문화를 물려줘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며 대가야 고령을 사랑하는 길이다. 나는 이 땅에서 태어났고, 이 땅에서 자랐으며, 앞으로도 이 땅을 지키며 살 것이다. 나의 사랑 대가야 고령이여! 깊은 잠에서 깨어나라. 다시 한 번 비상하라. 그리고 영원히 빛나라.

[츌처 : 영남일보 2018-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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